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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석사 1년차를 회고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그림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우수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저번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나는 KAIST 전산학부 그리고 SWTV Group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했다.

우선 첫 학기에는 연구보다는 수업에 집중하도록 배려 받았다. 매주 미팅에 들어가지 않았고, 지도 교수님 수업을 포함하여 3과목을 수강했다.

내가 소속된 연구실, SWTV Group에서 SWTV는 Software Testing and Verification의 약자이다. 그렇기에 Software에 대해 공부하고, 분석하는 과목을 수강했다.

먼저 대학원 과목으로 정적 분석에 대해 공부하는 “프로그램 분석”을 수강했다. 학부 과목으로는 지도 교수님의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기반 동적 분석” 그리고 “소프트웨어 테스팅 자동화 기법”을 수강했다.

수업의 수준, 학생들의 열정, 그리고 수업의 난이도가 인상 깊었다. 겨우 3과목을 수강했는데, 나중에는 과제를 쳐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수준 높고 질 좋은 강의를 듣는 학부생들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포기하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돌아보면 첫번째 학기는 바빴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연구실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주하지 없었을지도 모른다.

2번째 학기는, 대학원 과목으로는 “바이너리 분석과 소프트웨어 보안”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공학” 수업을 수강했다.

추가적으로 “소프트웨어 공학 입문” 수업의 조교도 맡았다. 연구 미팅도 시작했고, 학기 초에는 소프트웨어 공학 탑 티어 학회 중 하나인 The ACM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Foundations of Software Engineering (FSE)에 투고도 했다. 물론 내가 1자저로 연구를 리드하는 역할은 아니였지만, 공동저자로 해외 학회 Full Paper를 쓰는 경험은 너무 값진 경험이었다.

2번째 학기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조교 활동이었다. 교수님께서 오랜만에 담당하신 수업이어서 강의 자료 중 최신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교수님과 직접 소통하며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부족한 점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말이다.

학부 때와는 다르게, 수업을 수강하고 과제를 하는 것보다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는지,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과정 가운데 생각도 많이 바뀌고, 깨달음도 많았다.

비교

이 곳은 카이스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소속된 집단에서 나는,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26년을 살아오면서 소속된 집단이라야 고작 학교나 교회가 전부이지만, 두 집단는 다른 집단보다는 “잘한다” 라는 평가의 기준이 명확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공부”나 “신앙”(당연히 신앙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지만, 나의 편협했던 시각에서 행했던 “비교”라는 측면에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당연히 비교도 불가능하다.)이 어디가서나 뒤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비교는 나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쉬운 방법이었다. 나에 대해 알아가며 자아실현의 방법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무언가를 누구보다 잘한다는 그 사실로 나는 충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이렇게 나의 자존감을 높여 왔기에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마음 속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이걸 빨리 깨달았다면, 그 때 나의 감정의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대학교 1학년 1학기에 방황했던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도 더 가치있게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1학년 1학기 성적이 바뀌었더라면 학부 수석도 노려볼만 하지 않았을까…)

다시 현재의 카이스트로 돌아와 마주한 나는 주위 사람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처음 느끼는 벽같았다. 나의 3시간, 5시간의 노력이 다른 사람들의 1시간의 노력과 같다고 느껴졌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더 노력했을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비교를 할 수록 자존심은 떨어졌지만 습관이 되어버린 비교는 멈출 수 없었다.

비교와 더불어, 내가 한 노력이 아무런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을때, 더 나아가 부정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올 때 나는 꽤나 절망스러웠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표현으로 보면, 엄청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던 것처럼 그려지는데 정확히는 꽤나 멍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내가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들이 부정되는 순간이 오자, 그냥 전원이 꺼진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했느냐? 무언가를 계속 했다. 공부를 하던, 논문을 읽던, 연구를 하던. 그러나 보상도, 뚜렷한 목표도 없는 노력이 계속 지속되자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So whether you eat or drink or whatever you do, do it all for the glory of God.” – 1 Corinthians 10:31

1년전에 이렇게 살아가겠다고 선포한 나는, 아직은 잘못된 습관들을 버리지 못했고,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체화되지 않은 말씀들은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내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다짐했던 초심들, 신앙공동체에서 배웠던 말씀들과 삶의 태도와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해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미성숙하고, 관계적인 존재이다. 주위의 역동에 예민하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비교가 자연스럽다.

비교의 시선은 늘 결과에만 머물고, 과정의 중요성은 쉽게 잊힌다.

모든 것을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대학원 생활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이제야 과정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난 1년은 아예 소득이 없는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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